전환사채(Convertible bond)
회사채(Corporate bond) 발행 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 채권 투자자에게 채권을 발행 시점에 결정된 주가 또는 주식 수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채권이 전환사채이다.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 교환사채(EB; Exchangeable Bond)와 함께 메자닌(Mezzanine) 증권의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메자닌이란 단어는 원래 두 개 층 사이의 어떤 공간을 나타내는 이탈리아 용어로,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지는 증권이라는 뜻으로 종종 언급힌다.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진행함에 앞서 자산군 분류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떤 기관(또는 리스크 부서 등)에서 전환사채를 주식 쪽으로 자산군 분류를 하거나 대체투자 쪽으로 분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전환사채는 채권을 기본으로 하여 전환권을 옵션으로 첨가했다는 점에서 명백히 채권의 한 종류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전환사채 개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아래 HMM(구 현대상선)에서 발행한 199회차 전환사채 조건을 보자.
구분 | 내용 |
발행금액 | 2,400억 원 |
발행일 | 2020년 12월 10일 |
만기일 | 2025년 12월 10일 |
표면이자율(%) | 1.00 |
만기이자율(%) | 3.00 |
전환비율(%) | 100 |
전환가액 | 12,850원 |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
총 발행 액면은 2,400억이며 전환가액은 12,850원이다. 만약 발행 채권 전체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새로 발행될 주식 수는 18,677,042주이다. 어느 투자자가 HMM199 CB를 액면 500만 원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자가 전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신주는 389주가 된다.
$$전환을\,통해\,받을\,신주의\,수 = 전환\,채권\,액면 \div 전환가액$$
위 공시에서 전환비율이 100%라는 것은 채권 액면 전량(100%)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국내 전환사채 공시에서 쓰는 '전환비율'이라는 단어와, 여타 채권 이론서에서 나오는 전환사채의 'conversion ratio(한글로 번역하면 전환비율?)'는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론서에서 나오는 conversion ratio는 '전환을 통해 받는 주식 수'를 뜻한다. 아마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Conversion ratio를 발행 시점에 확정하고, 이를 통해 전환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인 것 같다.
$$전환가액 = 전환사채\,액면 \div conversion\,ratio$$
전환사채는 1) 채권 본연의 가치, 2) 주식으로 전환했을 경우의 가치(Conversion value) 두 개의 가치를 가진다. 주식시장의 시장가격이 전환가격보다 높다면 전환사채의 가치는 주식 가격에 연동될 것이다. 하지만 주식의 시장가격이 전환가격보다 낮다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이 전혀 없으므로 전환권의 가치는 0이 되고, 전환사채는 일반 채권과 같이 거래될 것이다. 그러므로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환사채의 최소 가격은 1번과 2번 중 높은 것이 된다.
$$전환사채의\,최소\,가치 = max(채권가치,\,전환가치)$$
전환가치(conversion value)란 채권을 주식으로 당장 전환했을 경우 얻는 가치이다. 즉,
$$전환가치(conversion\,value) = 주식의\,시장가격(market\,price) \times 전환사채\,액면 \div 전환가액$$
또는
$$전환가치(conversion\,value) = 주식의\,시장가격 \times 전환주식\,수(conversion\,ratio)$$
전환을 통해 받는 기업의 신주는 채권 액면에서 전환가액을 나눈 값이며, 이는 이론서에 나오는 conversion value와 동일하다.
만약 HMM 주식의 시장가격이 25,700원으로 전환가액의 두 배로 상승했다고 하자(실제 가격은 이보다 더 올랐다). 채권 액면 500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HMM199\,CB의\,전환가치 = 25,700원 \times 5,000,000원 \div 12,850원 = 10,000,000원$$
전환사채 액면 500만 원의 전환가치는 1,000만 원이 된다(주식의 시장가격이 전환가격 대비 두 배 올랐으니 채권의 가격 또한 액면의 두 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HMM의 시장가격이 6,000원으로 하락한다면 채권의 전환가치는 2,334,630원이다.
$$HMM199\,CB의\,전환가치 = 6,000원 \times 5,000,000원 \div 12,850원 = 2,344,630원$$
채권을 전환하면 12,850원에 주식을 매수하는 형태가 되며, 주식의 시장가격은 6,000원이기 때문에 평가금액이 절반 이하로 하락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한편, 위에서 전환사채의 평가는 전환가치 또는 채권가치 둘 중 큰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만약 HMM199 CB의 채권가치가 액면 10,000원 당 9,500원이라고 하자. 채권 액면 500만 원의 평가금액은 4,750,000원이 된다. 전환사채의 평가는 max(채권가치, 전환가치)이므로 HMM 주가가 6,000원이라면 전환사채의 가치는 4,750,000원이 된다. HMM 주식 시장가격이 25,700원일 경우에는 전환사채의 가치는 전환가치인 10,000,000원이다.
Market Conversion Price
위에서 설명한 HMM199 CB의 전환가격 12,850원은 전환사채를 '액면가격(채권 10,000원 당 10,000원)'에 매수할 경우에 해당한다. 전환사채는 발행 후 시장에서 거래되며 채권의 가격 역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HMM199 CB의 시장가격이 액면 10,000원 당 20,000원이라고 가정하자. 투자자가 액면 500만 원을 매수하기 위하여 지불해야 할 금액은 1천만 원이 된다. 1,000만 원을 지불하여 채권 액면 500만을 매입, 이후 주식으로 전환을 한다면 투자자는 389주의 주식을 받게 된다.
CB 액면가 이상 매수 | CB 액면가 매수 | |
채권 매수 가격 | 20,000원 | 10,000원(액면가) |
채권 매수 액면 총액 | 5,000,000원 | 5,000,000원 |
채권 매수를 위해 지급한 금액 | 10,000,000원 | 5,000,000원 |
전환가 | 12,850원 | 12,850원 |
전환 시 주식 수 | 389주 | 389주 |
Market conversion price | 25,700원 | 12,850원 |
채권을 액면 10,000원 당 20,000원(두 배)에 매수한 투자자는 1천만 원을 지불하여 389주의 주식을 매수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이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지불한 주식의 가격은 25,700원(1,000만 원 나누기 389주)이 되며, 이것은 실질적인 전환 가격(Market conversion price)이 된다.
$$Market\,Conversion\,Price = (액면\,10,000원\,당)전환사채의\,시장가격 \times 전환가격 \div 10,000$$
또는
$$Market\,Conversion\,Price = 전환사채\,전체\,액면\,시장가격 \times 전환가격 \div 액면총수량$$
$$Market\,Conversion\,Price = 전환사채\,전체\,액면\,시장가격 \div 전환주식\,수(conversion\,ratio)$$
첫 번째 수식과 두 번째, 세 번째 수식의 차이는 액면 10,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느냐 또는 전체 액면(ex. 500만 원)을 적용해 계산하느냐의 차이다.
만약 투자자가 시장에서 HMM199 CB 액면 500만 원을 11,000원에 매수한다면 Market conversion price는 14,135원이 된다.
$$14,135원 = 11,000원 \times 12,850원 \div 10,000원$$
또는
$$14,135원 = 5,500,000원 \times 12,850원 \div 5,000,000원$$
Market conversion price는 '전환사채를 시장에서 현재가격에 매수하면 실질적인 전환가격이 얼마인가?'에 대한 답이다. 반면 패리티 가격(Parity price)는 '현재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를 기반으로, 전환사채의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패리티(Parity) = 주가 \div 전환가격 \times 100$$
$$패리티\,가격(Parity price) = 주가 \div 전환가격 \times 10,000$$
HMM의 주가가 14,135원이라고 하자. HMM199 CB의 패리티 가격은 11,000원이다.
$$11,000원 = 14,135원 \div 12,850원 \times 10,000$$
주가가 14,135원일 경우, 이론상 HMM199 CB는 11,000원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하고 차익거래의 움직임은 주가와 채권 가격을 균형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의 거래는 주가에 대한 기대감, 전환사채의 하방 안정성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쳐 반드시 패리티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의상환청구권
시장 상황 및 발행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전환사채는 발행사가 만기 전 상환을 청구하는 수의상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에 첨가된 콜옵션은 발행사의 재무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발행사에게 의미있는 권리이다. 전환사채는 기본적으로 채무증권이므로 발행 후 기업 재무제표상 부채에 계상된다(전환권 대가는 따로 분류하여 자본항목으로 분류). 만약 발행사 주식 시장가격이 전환가격을 상회할 경우 발행사는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어 부채 항목의 자본으로의 전입을 기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더 이상 전환사채에 수반되는 이자 비용을 더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부채비율 등에서 한층 더 건전한 재무제표를 선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투자자는 주가가 전환가를 계속 상회하더라도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는 동시에 하락 위험을 피하고자 계속 채권으로써 전환사채를 보유할 수 있다. 이 때 기업이 콜옵션 행사 움직임을 보인다면 투자자는 현재 수준의 이익을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이 발생한다. 전환사채의 콜옵션은 투자자의 결정권을 제약하는 불리한 옵션이지만 발행사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한 옵션인 것이다. 물론 같은 조건의 전환사채라면 콜옵션을 보유한 채권이 콜옵션을 보유하지 않은 채권보다 금리 등 다른 조건에서 불리하게 발행될 것이다.
주식 직접 투자와 전환사채 투자의 비교
전환사채가 시장에서 정확히 패리티 가격(Parity price)에 거래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환사채는 패리티 가격보다 높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반드시 그렇지는 않음). 다시 말해 전환사채를 시장에서 매수하여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사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뜻이다. 전환 프리미엄(conversion premium)은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Market\,conversion\,premium\,per\,share = Market\,conversion\,price\,-\,주식의\,시장가격$$
프리미엄을 비율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Market\,conversion\,premium\,per\,ratio = Conversion\,premium\,per\,share \div 주식의\,시장가격$$
이 프리미엄의 존재로, 주가가 우상향 할 경우 전환사채를 통한 주식 전환은 시장에서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것 대비 낮은 수익률을 보이게 된다.
주식 직접 투자와 전환사채를 통한 투자를 표로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주식 직접 투자 | 전환사채 투자 | |
현금흐름 | 배당 | 이자 |
주식 매수 가격 | 매수 시점의 시장가 | Market conversion price |
주가 상승 시 | 주가 상승하는 만큼 수익 | 주가 상승하는 만큼 수익이나, market conversion premium의 존재로 주식 직접 투자 대비 낮은 수익률 |
주가 하락 시 | 하락하는 만큼 손실 | 주가가 크게 하락하더라도 전환사채가 가지는 채권 가치 아래로는 하락하지 않음 |
전환사채는 채권가치가 내재하므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채권 가격의 하락폭이 제한적이고, 그에 따라 투자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주식 직접 투자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채권가치가 있어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기업의 경쟁력 훼손으로 인하여 매출 및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하고, 현금 흐름을 비롯한 재무 상황이 매우 악화되었다면 기업의 주가 하락은 물론 채권의 가치도 크게 하락할 것이다. 기업의 신용 위험 확대와 이에 따른 요구수익률 상승은 채권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채무불이행(default)을 선언한다면 채권 측면에서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